오늘날 드론은 촬영 장비이자 산업 장비, 그리고 전장에서 쓰이는 전술 장비로까지 확장됐다. 하지만 “드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무인으로 날아가는 항공기 개념은 이미 존재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드론은 전자제어, 배터리, 센서 기술이 결합된 형태지만, 초기 무인기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발됐다. 대부분은 군사 목적, 특히 표적 훈련이나 폭탄 투하 임무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시기의 무인기는 오늘날 드론처럼 안정적으로 비행하거나 자동 제어가 가능한 장비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드론 산업으로 이어지는 여러 기술적 실험들이 이 시기부터 시작됐다.

1차 세계대전, 최초의 무인 항공기 실험

무인 항공기의 개념은 1910년대 초반부터 군사 연구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항공기는 여전히 초기 기술 단계였지만, 군사 연구자들은 이미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항공기”**라는 개념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례가 미국에서 개발된 Kettering Bug다.

Kettering Bug는 1917년 미국에서 개발된 자동 비행 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장비는 제너럴 모터스 연구 책임자였던 Charles Kettering이 주도한 프로젝트로, 미 육군 신호단(Signal Corps)의 지원을 받아 개발됐다.

기체 구조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단순했다. 목재 프레임에 천을 씌운 날개 구조였고, 소형 가솔린 엔진이 프로펠러를 돌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핵심은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일정 거리를 비행하도록 설계된 자동 비행 시스템이었다.

이 장비는 실시간 원격 조종이 아니라 기계식 비행 거리 계산 장치를 이용했다. 프로펠러의 회전 수를 계산해 일정 횟수에 도달하면 날개가 분리되고 본체가 낙하하도록 설계된 구조였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단순한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무인 항공기의 초기 자동 항법 시스템에 해당하는 시도였다.

기술적 한계 때문에 이 장비는 실제 전장에서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다. 비행 안정성이 낮았고, 엔진 신뢰성도 충분하지 않았다. 또한 기상 조건에 따라 비행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ettering Bug는 무인 항공기를 군사 임무에 활용하려는 초기 시도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사람이 탑승하지 않는 항공기를 이용해 공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개념은 이후 순항미사일과 UAV 기술로 이어지게 된다.

표적 드론의 등장

무인 항공기가 실제 군사 운용 환경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1930년대 이후다. 이 시기 군대는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표적 장비가 필요했다.

기존에는 고정된 목표물이나 견인식 표적을 사용했지만, 실제 공중 목표물을 모사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대공포 사격 훈련에서는 비행하는 항공기 형태의 표적이 필요했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등장한 것이 원격 조종 무인 항공기, 즉 target drone이다.

영국에서는 기존 훈련용 항공기를 개조해 DH.82 Queen Bee라는 무인 항공기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드 하빌랜드 타이거 모스 훈련기를 기반으로 제작된 항공기였다. Queen Bee는 지상에서 무선 신호를 이용해 조종할 수 있었고, 대공포 사격 훈련에서 공중 표적으로 사용됐다.

이 시기에 “드론(drone)”이라는 단어가 무인 항공기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Queen Bee라는 이름에서 “벌(Bee)”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여기에서 수컷 벌을 의미하는 drone이라는 단어가 무인 항공기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확장됐다는 것이다.

당시의 드론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매우 단순한 구조였다. 대부분은 소형 프로펠러 항공기 형태였으며, 항공기 조종 기술 자체는 유인 항공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고 지상에서 원격 조종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또한 이 시기의 드론은 소모성 장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았다. 훈련 중 격추되거나 추락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일부 장비는 낙하산을 이용해 회수되기도 했지만, 많은 경우 비행 후 회수가 어려웠다.

냉전 시대, 군용 UAV 개발 확대

무인 항공기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냉전 시대였다. 특히 정찰 임무에서 무인 항공기의 활용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1960년 소련 상공에서 미군 정찰기 U-2가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종사가 탑승하는 정찰기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 사건 이후 무인 정찰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1960~1970년대에는 여러 형태의 정찰용 UAV가 개발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Ryan Firebee 계열 무인기다. 이 장비는 베트남전 기간 동안 실제 정찰 임무에 사용됐다.

이 시기의 UAV는 보통 대형 항공기에서 발사되거나 로켓을 이용해 이륙했다. 임무가 끝난 뒤 낙하산으로 떨어지고 회수되는 방식으로 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비들은 여전히 대형 군사 플랫폼이었다. 기체 크기가 컸고 운용 비용도 높았다. 또한 자동 비행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임무는 사전에 설정된 비행 경로를 따라 수행되었다.

이 시기 UAV는 군사 작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일반 산업이나 민간 영역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소비자 드론 이전의 RC 항공기 문화

오늘날 드론 산업의 기술적 기반은 RC 모델 항공기 문화에서 발전했다.

1970년대 이후 취미용 RC 비행기는 꾸준히 발전하면서 소형 항공기 기술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다.

RC 항공기 시장에서는 무선 조종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조종기와 수신기의 성능이 개선되면서 조종 거리가 늘어났고 여러 채널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했다.

특히 중요한 변화는 브러시리스 모터와 전자식 속도 제어기(ESC)의 등장이다. 이러한 기술은 RC 헬리콥터와 고성능 모델 항공기에서 먼저 사용되기 시작했다.

배터리 기술 역시 이 시기에 빠르게 발전했다. 초기 RC 항공기는 니켈 카드뮴(NiCd) 배터리를 사용했지만 이후 니켈 수소(NiMH) 배터리가 등장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리튬폴리머 배터리(Li-Po)가 RC 시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들은 이후 멀티콥터 드론의 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여러 개의 모터를 동시에 제어해야 하는 멀티콥터 구조에서는 모터 제어 기술과 전자 장비의 소형화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드론이 등장하기 직전의 기술 상태

2000년대 초반까지도 “드론”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군용 UAV를 의미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MQ-1 Predator 같은 대형 무인기가 등장하면서 무인 항공기의 군사적 활용은 크게 확대됐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드론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당시 기술 환경에서는 멀티콥터 비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여러 기술이 아직 초기 단계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드론의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서는 IMU(관성측정장치)가 필요하다. 이 장치는 기체의 기울기와 회전 속도를 측정해 자동으로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한 멀티콥터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려면 여러 모터를 동시에 빠르게 제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성능 마이크로컨트롤러와 정교한 제어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결국 드론 산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술이 동시에 발전해야 했다.

  • 소형 고성능 배터리
  • 정밀한 센서
  • 안정적인 전자 제어 장치
  • 자동 비행 소프트웨어

이러한 기술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되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2000년대 후반이다. 이후 몇 년 사이 멀티콥터 드론이 등장하면서 무인 항공기의 활용 방식은 크게 변화하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현재 드론 산업의 시작점으로 자주 언급되는 기술, 리튬폴리머 배터리(Li-Po)가 어떻게 등장했고 왜 드론 비행 방식을 바꾸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기사 작성: @GROUND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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