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 수는 이미 ‘확산’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단계에 들어왔다. 취미용 드론을 중심으로 한 개인 사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하늘은 점점 더 많은 소형 비행체가 공유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취미 문화의 확장이 아니다. 공역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변화에 맞춰야 할 책임 구조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보험이라는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수준에 가깝다. 드론은 이미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그 일상이 만들어내는 위험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는 아직 없다. 기술은 빠르게 퍼졌지만,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결과를 받아낼 시스템은 비어 있는 상태로 남아 있다.

‘취미’라는 분류가 만든 느슨한 공역
현재 드론 제도는 용도에 따라 비교적 명확하게 나뉜다. 사업용 드론은 등록과 관리, 보험 의무가 뒤따르는 반면, 취미용 드론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완화되어 있다. 처음 설계된 취지는 분명하다. 산업 활동과 개인 취미를 구분하고, 과도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분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드론이 바로 이 취미용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무게 이하의 비사업용 드론은 신고나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이 구조는 곧 통제 범위의 차이를 만든다. 일부 드론은 공역 안에서 추적되고 관리되지만, 상당수 드론은 제도 밖에서 운용된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공역 자체의 성격이 변한다.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도 일부는 규칙 안에 있고, 일부는 규칙 밖에 있는 상태가 된다. 공역은 원래 예측 가능성과 통제 가능성을 전제로 운영되는 공간인데, 이 전제가 점점 흐려지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드론의 크기나 용도가 아니다. 작고 가벼운 드론이라도 충돌이나 추락 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특히 도심이나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그 위험이 더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현재 구조에서는 이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보다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취미라는 분류가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공역 관리의 빈틈을 만들어낸 셈이다.
보험이 없는 이유는 ‘시장’이 아니라 ‘설계’에 가깝다
보험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이유를 단순히 수요 부족이나 시장 미성숙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금 구조에서는 보험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조건이 먼저 만들어져 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계산하는 산업이다. 사고 발생 확률, 피해 규모, 반복되는 패턴 같은 요소들이 있어야 상품이 설계된다. 그런데 현재 드론 시장에서는 이러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다시 제도로 돌아간다. 등록되지 않은 드론이 많다는 것은 시장 규모 자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사고가 발생해도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거나, 통계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보험사가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상태에서는 위험을 가격으로 환산하는 작업 자체가 어려워진다.
여기서 흐름이 하나 만들어진다. 규제가 완화되어 있기 때문에 등록이 느슨해지고, 등록이 느슨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해진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보험 상품이 설계되지 않는다. 보험이 없으면 다시 책임 구조는 개인에게 남는다. 이 순환은 단순한 시장 실패라기보다 제도 설계가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 구조를 다르게 설정한 사례가 많다. 드론을 단순 취미 장비로 보지 않고, 공역을 사용하는 비행체로 정의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일정 기준 이상에서는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화된다. 이 접근은 기술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확산을 전제로 책임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방식이다. 국내는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고, 그 결과 보험 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를 기다리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드론은 이미 일상인데, 책임은 아직 개인에 머문다
드론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일상에 들어와 있다. 취미 촬영부터 시작해 교육, 스포츠, 간단한 작업 지원까지 활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가격이 낮아지고 조작이 쉬워지면서 진입 장벽도 크게 낮아졌다. 이 흐름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술 확산 이후의 단계다. 사용이 늘어나면 공역은 자연스럽게 더 복잡해진다. 동시에 사고 가능성도 증가한다.
지금 구조에서는 이 증가하는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보다 개인에게 맡기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개인에게 귀속되고, 보상 역시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이 방식은 초기 시장에서는 작동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가 드러난다. 특히 공역이라는 공유 공간에서는 한 개인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책임 구조 역시 개인 단위에 머무르기 어려워진다.
보험은 이 지점에서 필요한 장치다. 기술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분산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 드론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공역은 점점 더 많은 기체가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처럼 개인 책임 중심 구조로 이 변화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시점에서는 공통된 책임 구조를 설계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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